[루나글로벌스타 유현수]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이런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걸그룹계 3대 핵잠수함]. 활동기간이 길고 활동경력도 많지만 도무지 뜨지를 못 하는 걸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초기에는 ‘걸스데이(Girl's Day)'가 있었지만 현재는 탈퇴 상태고, 이외에 ’나인뮤지스(9Muses)', '달샤벳(DAL★Shabet)'이 현재 속해있다. '레인보우(Rainbow)'도 존재했었지만 2016년 10월 28일 부로 해체를 선언했기에 자동으로 탈퇴되었다.

하지만 걸그룹계 핵잠수함은 그래도 “인지도는 나름 존재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음악방송 1위 등을 하는 수확을 거두지 못 할 뿐이지, 일반적인 대중들이라면 그 그룹을 충분히 알 법 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지도조차 구성하지 못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활동기간이 나름 있으며, 활동경력도 어느 정도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누군가 명확히 정의를 내리지를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두고 [중고신인 걸그룹]이라 칭한다.

중고신인 걸그룹은 결국 “뜨지 못 한다”는 계층 속에서도, 핵잠수함의 하위 단계인 것이다. 인지도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 둘을 구분 짓지만 이 차이는 매우 크다. 결국 걸그룹이라는 직업도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만 그 수명이 유지될 수 있다. 인지도가 자리를 만든다.

그래서 가끔 웃지만은 못 할 상황도 따라온다. 2013년 7월에 데뷔한 ‘베스티(BESTie)'가 [걸그룹계 핵잠수함]의 후보로 언급될 때, 그보다 1년 일찍 데뷔한 걸그룹은 핵잠수함의 하위 수준인 [중고신인 걸그룹] 축에 속해 있기도 한다. 2012년 7월에 데뷔한, 햇수로 데뷔 6년차에 접어든 5인조 걸그룹 ’타히티(Tahiti)'의 이야기다.

(사진 출처 = DS엔터테인먼트, 현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타히티는 2012년 7월 24일 ‘Tonight'으로 데뷔 후, 같은 해 11월 1일 ’Hasta Luego', 2013년 7월 25일 ‘Love SIck'를 발매했다.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다솜‘, ’예은‘, ’E.J', '진‘이 탈퇴하고 ’미소‘, ’아리‘가 중도 영입을 했다. ’오빤 내꺼‘ 활동 전 ’정빈‘이 탈퇴를 한다.

2014년 6월 12일 ‘오빤 내꺼’를 발매한다. 이 과정에서 ‘제리’가 영입했다. 사실 타히티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라 봐도 될 것이다. 그 동안 메인보컬을 마땅히 맡을 사람이 없어 망망대해를 걷던 타히티에게 나침반을 제공해 준 셈이다. 드디어 타히티도 고음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아이돌 그룹으로써 상당히 큰 의의를 지닌다.

이후 2015년 1월 13일 ‘Phone Number', 2015년 11월 10일 ’Skip', 2016년 5월 23일 ‘알쏭달쏭’을 발매했다. 지금까지 총 7장의 앨범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인지도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타히티라는 이름을 두고 “어! 이름은 들어봤는데”라는 말조차 쉽게 들을 수 없는 위치에 서있을 뿐이다.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공식 페이스북)

하지만 알고 보면 타히티는 방송에서도 여럿 얼굴을 비췄다.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XTM '주먹이 운다’, TvN 'SNL 코리아 시즌5‘, Mnet '음악의신2’, ‘주간아이돌’, KBS ‘출발! 드림팀’ 등 각종 예능에서 얼굴을 비췄으며, 방송 외 활동으로는 맥심 화보, 넥센 히어로즈 시구 및 시타 등을 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디어 콘텐츠도 적극 활용하였다. 중국 인터넷 방송인 YYTV부터 시작하여, 가수 ‘은가은’과 함께 네이버V앱 방송도 진행하였다. 또한 아프리카TV에서 ‘데일리 타히티’를 약 2달 간 방송했다. 아프리카 BJ턱형의 방송에도 나온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달려라 장미’, ‘최고의 연인’에서 OST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이 이름을 잘 알지 못 한다. 가사 속에서 타히티라는 이름을 새기라는 말을 안 해서 그런 것일까. 이렇게 총체적 난국의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활동을 이어나가니 ‘중고신인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피할 수가 없다.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사실 개별적으로 보자면 나름 완벽한 조합이다. 따지고 보면 비주얼 담당이 3명(지수, 아리, 미소)이나 있는데다가 제리가 시원시원한 보컬을 뿜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제리의 뒤를 민재가 묵묵히 받쳐주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입덕이 용이하지만 탈덕은 쉽지 않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이 무조건 이득만을 챙겨주지는 않는다. 어떤 그림을 그리려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리는 메인보컬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빤 내꺼’ 뮤직비디오에는 개인샷이 단 한 컷도 없으며, 3분 30초 가량 되는 러닝타임 중 안무 동선 상 센터에 위치하는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는다. 메인보컬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하염없이 서포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센터는 누가 가져갔는가? 자연스레 비주얼 담당 ‘아리’와 ‘지수’에게 넘어갔다. ‘알쏭달쏭’에서는 ‘미소’가 센터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은근히 직캠으로 아리와 지수가 포텐을 터트리고는 있지만 큰 성과가 없다. 메인보컬은 센터를 빼앗기고, 그나마 센터를 맡고 있는 비주얼 담당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이런 딜레마에 빠져 타히티는 데뷔 몇 년이 지나도록 인지도 하나 제대로 쌓지 못 했다. 크라우드 펀딩(Crwod Funding,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목표치의 217%로 끝낸 것을 보면 완전한 무명이다! 하는 것은 또 아닌데 말이다.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멤버 ‘아리’가 긴생머리에서 숏컷으로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그러자 뒤늦게 포텐이 펑 하고 터져 한 동안 여기저기 이 이름이 수없이 오르고 내렸다. 페이스북에서 ‘숏컷 유도짤’로 그녀의 사진이 자주 쓰였을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머리를 자르고 난 후 아리의 팬이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마치 음원 역주행과도 같아서, 이미 늦은 상태였다. 타히티가 팀으로써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않는 시기에 그녀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아리’라는 것은 추노처럼 각인시켰지만 막상 ‘타히티’라는 팀을 알리는 데에는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확인하지 못 했다.

인기가 좋은 걸그룹조차 오랜 시간 활동하기란 힘들다. ‘포미닛(4minutes)'과 ’씨스타(Sistar)'가 그 환호성 속에서도 해체를 했다. 하물며 이름값을 널리 알리지 못 한 데뷔 6년차 타히티는 오죽할까. 정말 내일 당장 해체를 해도 아무도 모를 정도의 높이에 있다. 이 말을 입력하는 나로써도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 때문인지 현재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겸하고 있다. ‘지수’는 연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리’는 유튜브에 노래 부르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아리’는 드라마 ‘아이돌 마스터.Kr'에 출연하고 있다. 극중 ’레드퀸‘이라는 걸그룹으로 ’아카시아‘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공식 페이스북)

이렇게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활동을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아이돌 시장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히려 ‘아리’ 같은 경우에는 타히티 활동 때보다, 개인적으로 다니는 주짓수 도장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게시물이 더 반응이 좋을 정도. 이 쯤 되면 무언가 ‘저주’ 같은 것이 끼얹어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은 비단 타히티의 문제만은 아니다. ‘헬로비너스(Hellovenus)', '브레이브걸스(Brave Girls)', '피에스타(Fiestar)' 등이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심지어는 다들 공통점도 명확하다. 분명히 ’하드캐리‘ 하는 멤버가 있는데도 그 덕을 톡톡히 못 보고 있다는 것.

일례로 헬로비너스는 뒤늦게 가치가 드러난 ‘나라’, 브레이브걸스는 탈퇴한 멤버 ‘예진’, 피에스타는 언프리티 랩스타 ‘예지’와 예능감 넘치는 ‘차오루’, 타히티는 최강 비주얼 ‘아리’와 ‘지수’를 소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이지만, 팀적인 시점에서는 얻은 소득의 수준이 너무 낮아 복지체계가 따로 필요할 정도다.

(사진 출처 = 제이라인엔터테인먼트)

모든 걸그룹이 각자 팬들의 바람에 맞게 다 성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생은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걸그룹이 있는 반면 빛을 보지 못 하고 창백해져가는 걸그룹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중 하나가 바로 타히티인 셈이다. 노래, 비주얼, 몸매, 예능감, 심지어는 팬들과의 소통조차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걸그룹. 타히티. 하지만 이 요소들이 한 곳에 뭉치면서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결국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각 요소만으로는 평균 이상을 맞추지만, 그 요소가 융합될수록 합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점을 찾으려해도 이미 개별적인 부분에서는 다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별 다른 방안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타히티는 이 시간이라는 길거리를 홀로 걷고 있다. 그 공허한 공간 속 그를 따르는 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다른 시공간에서는 꽃길을 누비는 사람이 여럿 보인다. 하지만 이 곳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되어버렸다.

유현수  waldeinsamke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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