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글로벌스타] “전 도시의 불을 꺼라. 손자의 명령이 곧 나의 명령이다”

독재자의 최후는 어떨까?

부귀영화를 누리던 독재자가 한 순간에 권력을 잃게 된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해외로 도주하지만, 독재자와 그의 어린 손자만이 남겨진다. 영화 <어느 독재자>는 성난 민심에 의해 쫓겨난 대통령과 그의 손자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 좋은 평을 주고 싶다. 인간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우리는 이제 거리의 악사란다”
자신이 군림했던 세상에서 도망자로 몰락한 독재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철부지 손자에게 연극을 하자고 제안한다.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여정에서 지난날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하나 둘씩 고스란히 마주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나라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은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는 로마의 네로처럼 도시 전체를 재미 삼아 정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혁명의 기운을 감지한 대통령은 가족들을 떠나 보내고, 상황을 조금이라도 손 써 보겠다고 손자와 함께 대통령 궁으로 돌아가던 중 모든 상황이 급변한다.

군대마저 시민을 지지하며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제 대통령은 손자와 함께 도주 길에 나선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어렵사리 공항에 도착하지만, 비행기를 관리하는 군인들이 나라의 원수인 대통령을 배신하고 대통령의 1위 호위 무사에게 총을 쏜다. 운전병만이 남아있던 상황에 기름까지 떨어져버린 대통령에게 유일한 희망은 해안 쪽으로 피신하여 배를 타는 것. 

변장을 한 채 도주하면서, 대통령은 자신의 폭정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독재의 끝에는 처절한 나락만이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독재가 나쁘다는 얘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독재자' 하나의 잘못을 따지고 그를 처벌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독재자 한 명을 처단한다고 독재가 끝날까? 

한때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대통령. 가해자이자 방관자인 대통령은 두 사람이 지나치는 곳의 착취와 약탈, 강도짓, 강간 등의 추악한 민낯 앞에서 "보지 말라"며 손자 눈을 가리는 모습은 퍽 모순으로 느껴진다. 

감독은 중립적인 시각에서 정말 표현을 잘 해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사유를 하게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독재자의 입장에서 보니 단순 한 가지 방향의 생각이 아닌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짐바브웨에서도 37년간 독재 정치를 해 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결국 권력에서 쫓겨났다. 6년 전, 그런 짐바브웨 대통령이 자신의 궁전에서 호위호가하고, 거대한 생일 파티를 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돈을 찍어내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저런 권력이 얼마나 갈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국 권력은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대가를 치른다는 것,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 중 하나다.

한재훈  press@lunarglobal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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