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프레임

[루나글로벌스타] 3월부로 워프레임과 참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던 레이드가 임시적으로 없어진다. 말만 임시지 다크섹터도 '임시'로 뺀다고 하고 몇년만에 완전히 색다른 컨셉을 내놓은걸 보면 레이드도 다시 돌아오려면 갈 길이 멀다. 국내도 레이드만 밥먹듯이 하는 클랜이 참 많지만 해외에는 레이드 버스나 레이드 관련 영상만 만드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도 있기 때문에 파장이 상당히 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레이드를 잘 하지 않는 사람으로써 이 변화는 참 반갑다. 아케인은 항상 엔드 게임 유저로써 파밍을 하고 싶은 요소중 하나였는데, 그게 그나마 파티 짜기도 쉽고 참여하는 유저도 많은 아이돌론 사냥으로 옮겨지는건 솔직히 나에겐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소식이다. 레이드는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참 적다. 전체 워프레임 유저 베이스로 치면 정말 적다. 개발자들도 그랬고,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해외 모집챗을 가면 지금 아이돌론 사냥 모집 팟과 레이드 모집 팟의 수요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레이드는 시작하려면 필요한 인원이 너무나도 많이 필요하고, 그 스테이지가 처음 해보는 초심자로써는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큰 편이다. 처음 하는 유저가 모집챗을 통해 레이드 게임에 들어오면 클리어할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LoR은 좀 낫지, 조르다스 평결은 나도 아직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깨본적도 없다. 배워보려고 정말 많이 시도했지만 마지막 스테이지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포기 했다.

모집하는 데에만 5분 이상이 소모되고 인 게임에 들어가서 짜증나는 퍼즐 게임이나 하느라 채팅에서 서로 싸우는 레이드와는 달리 아이돌론 사냥은 정말 순조롭다. 플레이 방식도 복잡하지 않고, 더 재밌고, 모집도 빠르다. 보상도 확실하다. 하루에 한번만 아이돌론 삼형제 (트라이돌론이라고 자주 부름) 사냥을 한다면 온코의 데일리 캡은 그냥 채우고도 센티언츠 코어가 남을 정도니까. 진입장벽도 낮은 편에다가 팀 플레이라는 요소는 아이돌론 사냥에도 남아 있기 때문에 레이드를 없애기로 개발자들이 선택한 것 같고, 나도 동감하는 편이다. 물론 몇몇 변태 썩은 물들은 혼자서 트라이돌론 다 때려잡고 "이러고도 트라이돌론 사냥이 레이드만큼 팀플을 필요로 한다구요? 이 개발자들은 다 뇌가 없는건가요?"하고 다니는데, 솔직히 좀 꺼졌으면 좋겠다. 혼자서 잡을수 있으면 더 잘된거 아닌가? 남들이랑 협동 안하고도 혼자 매일 밤마다 아케인 파밍할 수 있을텐데.

레이드는 항상 개발자들에게 있어서 짜증나는 존재였다. 다른 게임 모드나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토대를 가진 레이드나 고치라는 몇몇 고인물들의 피드백이 항상 포럼에 달렸고, 애매하게 고쳐 놓으면 또 다른 곳에서 펑크가 나버리니 DE와 레이드는 참 악연이 깊은 셈이다. 그걸 계속 달고 다니느니, 그 유저층을 잃는 문제를 감수 하고서라도 다른 게임 모드에 집중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 레이드를 삭제하는 판정을 내린거라는걸 패치 노트나 데브 스트림에서 명확히 알려 줬다. 그러고도 레이드를 즐겨하던 소수의 유저층은 아이돌론 사냥은 개나소나 다하는 초보자용 컨텐츠라며 우리 고인물들도 진짜 챌린지를 즐길수 있게 해달라고 징징대는 글은 참 많이 올라온다. 그렇게 자기가 할 욕은 다 해놓고 트위치 챗이나 포럼 일시 활동 정지라도 시키면 "소수자의 의견이라고 개무시하냐! 죽어라 개발자 새끼들!"이라며 또 배운거 하나도 없이 똑같은 발악을 한다.

자기가 분식집을 운영하는데, 하루에 100개의 떡볶이와 순대를 각각 만든다고 치자. 떡볶이 100개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순식간에 다 팔리지만, 순대는 하루에 10개도 안 팔린다. 순대를 먹는 사람들의 절반은 맛있다고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먹을때마다 항상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다. 순대를 만드는 레시피를 아무리 고쳐봐도 반응은 항상 똑같기만 하다. 이럴때 당신이 분식집을 운영한다면 분명히 순대를 버리고 떡볶이를 200개 만드는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DE도 다를게 없다. 게임도 하나의 상품이고, 그 안의 컨텐츠를 여러개 준비해 놓았다면 잘 나가는 컨텐츠를 밀어주고 소비량이 적은 컨텐츠는 과감히 뺄 줄도 알아야 한다.

다크 섹터가 어떤 보상을 줄진 아직 미정이지만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이번에 새로 공개한 버젼을 보아하니 그다지 나쁘진 않아 보였다. 이처럼 레이드도 워프레임의 세계관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서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으니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기다려 봐도 좋을것 같다. 보상도 아예 없앤다고 하지도 않았고, 플레이 가능한 다른 컨텐츠로 옮긴다고 분명히 말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아직 평원 컨텐츠가 최적화 면에서 상당히 약하기 때문에, 원래 기본 게임도 겨우 돌리던 사람이라면 평원을 쾌적하게 누비긴 참 힘들 거다. GTX1060과 i5 3세대를 사용하는 나도 아이돌론이 공격하기 시작하면 60대 프레임 유지는 불가능하다. 하다 못해 분대끼리 평원 의뢰만 돌아도 프레임이 뚝뚝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 면은 레이드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제외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이드를 몇번 해보긴 했지만 매 경험이 모두 짜증나는 모집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았던 기억이 더 많다. 혼밥 클랜으로 먹고 살아 왔고 주변에 워프레임을 자주 하는 친구가 많지 않아서 달리 해결 방법도 없었다. 그런 씹 아싸에게 그나마 플레이라도 좀 할 수 있는 아이돌론 사냥으로 아케인 보상이 옮겨진다는건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레이드 삭제는 솔직히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 안쓴다. 남이 있던 지워버리던. 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삭제하겠다는 선택이 공감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많은 레이드 유저들이 레이드라는 컨텐츠를 똑바로 고치고, 많은 유저들에게 소개하는 튜토리얼이라도 인 게임에 좀 만들어 주면서 진입 장벽이나 낮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하는 바이다. 직접 알아보기 전까진 이 게임에 레이드란게 있는지도 모르는 유저들이 많다. 하지만 레이드 자체도 솔직히 재미는 많이 없다. 대부분이 가만히 서서 버튼을 누르고 있거나 해킹을 하고 물건을 옮기는 퍼즐 게임이기 때문에, 워프레임의 플레이 방식과는 별로 맞지 않는 다는게 내 생각이였다. 그걸 고칠 방법은 레이드 리메이크고, 그걸 하겠다는 DE에게 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아케인 보상이 아이돌론 사냥으로 가는건 좋은 선택이고 레이드 삭제는 개발자 면에서는 옳은 선택, 플레이 했던 유저들을 생각하면 약간은 문제가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택 때문에 화가 나서 분노만 표출해대는 고인물들은 레이드를 플레이 하지 않거나 플레이 하지 못하는 유저들과 개발자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을 해보는걸 권장한다.

이현수 기자  hyunsugo1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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