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포스터.

[루나글로벌스타] 처음 포스터를 보자마자 사로 잡혔다.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빨간 옷의 여자와 괴생명체가 물속에서 끌어 안고 있는 그 모습은 머리에 콕 박혔고, 근래 들어 샐리 호킨스 배우에게 급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정말 기대가 큰 영화였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였다. 어디서부터 칭찬을 시작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프로덕션의 퀄리티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너무 디테일하고 어텐틱해서 정확한 지역도 알려주지 않은 그 공간에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녹아들어가게 해줬다. 그 고퀄리티의 세트가 주는 비쥬얼을 극도로 끌어올려준 색감과 조명은 보면서 눈으로 사탕을 먹는 듯한 기분을 줬고, 댄 라우스트센의 수상/수중 시네마토그래피는 그 사탕에 천연 설탕을 듬뿍 얹어 줬다. 특히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참이던 시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리기 위해 영화 중간에 자주 흘러 나왔던 60년대의 TV쇼 노래로 이루어진 사운드 트랙은 케이크 위의 체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온 영화 내내 따뜻한 물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는 환상적이었다.

 주인공들의 연기력도 빛을 발했다. 샐리 호킨스 배우는 역대 최고의 연기력을 뽐냈고, 마이클 섀넌도 정말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런 연기력을 한치도 낭비하지 않은 동화같은 플롯도 인상적이였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정체불명의 인어와 목소리가 없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기대한 것 이상의 스토리를 펼쳐줬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답게 잔인한 장면도 거침없이 보여줬고, 성인적 유머도 중간에 잘 섞어 넣으며 영화의 텐션을 부드럽게 조절했다. 아쉽게도 동화같은 측면이 조금 섞여 있었던 만큼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플롯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한 스토리를 다루며 자신이 강조하려던 메세지를 확실하게,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특히 리차드 젠킨스의 캐릭터도 스토리에 특별한 역할을 해줬고, 샐리 호킨스와의 극중 캐릭터와도 잘 어우러졌다. 인어 같은 경우는 직접적으로 뒷 배경을 이야기 해주기 보다는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조금씩 정체를 밝히는 식으로 미스터리한 존재를 다루는 듯한 느낌을 줘서 좋았지만 치유 능력이 있다라는 전개로 흘러가면서 조금은 신선도를 잃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각도 못했던 반전도 영화가 기억에 오래 남도록 만드는데에는 분명 좋은 역할을 해주긴 했지만,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글쎄요, 그건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라는 식의 내래이션 클리셰가 쓰여지면서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물이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듯 사랑도 그러하다는 의미를 가진 제목 '셰이프 오브 워터'에 완벽하게 걸맞는 영화였다. 어릴때나 읽었던 동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성숙화 시켜서 재해석 할 수 있다는게 놀라웠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 조그마한 세계관도 정말 좋았다. 사람 대 사람과의 로맨스에 지쳤거나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관념에 조금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절대 잊을수 없는 마법같은 경험을 하게 해줄 영화였다.  

평점 : 9/10

이현수 기자  hyunsugo1107@gmail.com

<저작권자 © 루나글로벌스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