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글로벌스타] 이 영화는 플롯 다이어트가 정말 절실하다. 쓸모 없고 영화를 길게, 루즈하게 만드는 주된 요소인 서브 플롯이 이 영화에선 거의 홍수급으로 나온다. 첫 영화가 정말 잘했던게 진지함과 유머스러움의 적절한 조화와 무언가 나서서 행동하는 매력있는 빌런, 그리고 한눈 팔지 않는 심플한 스토리였다. 영화계의 신선한 바람이였으며 아마 그에 반한 많은 사람들이 다음 킹스맨 영화에도 그런 점들을 기대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은 싹 다 빼놓은게 사실상 이번 킹스맨: 골든 서클이다.

일단 진지함과 유머는 이번 영화에서 확실히 밸런스를 못 잡았다. 대부분의 펀치 라인들은 그냥 오글거리는 말장난들이 대부분 이였고, 술에 관련된 요원들이라고 해도 이름을 진저 에일과 테킬라라고 붙이는건 좀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수두룩한 싸구려 농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으니 '코미디 영화의 나쁜 예 101' 레슨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도록. 이제 빌런 이야기로 넘어가면, 근래 봐왔던 악역 중에 가장 직접 하는게 없는 악역이였다. 어디 잘 먹고 잘 사는 곳에 멋드러진 기지 하나 세워 놓고, 가끔 서브 플롯 유지 때문에 나와서 나 나쁜 사람이야 잊지 말아줘 하고 등장하는거 빼고는 정말 하는게 없다. 영화 중간에서 자기 입으로 직접 '난 하는거 없이 여기서 그냥 향수병에 쩔어 살아'라고 말하는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코메디였다. 서브 플롯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처음에도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적어도 1시간 20분~30분 분량으로 줄여서 더 타이트하게 나올수도 있었다. 정말 왜 넣었는지 이해가 안가는 서브 플롯들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 전달도 똑바로 못했고, 개연성은 감독이 그냥 포기 했던 모양. 페이스 조절에도 상당히 크게 실패해서 영화에 흥미를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별로 있지도 않았던 액션씬은 개인적으로 소니 베가스에서나 볼 법한 싸구려 줌/아웃과 정말 부자연스러운 마스킹, 슬로우 모션, 그리고 쓸모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덕분에 몇몇 사람들은 독특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난장판에 가까웠다. 마지막 식당 액션 씬도 원 테이크로 부드럽게 이어보려고 한건 좋았지만 꼭 모든 카메라 앵글이 팔이나 총 같은 특정 물건에 고정되어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캐릭터들은 1편에서 보여준 매력 덕분에 겨우 살렸던 것 같고, 그 외에는 사실상 첫 킹스맨 영화의 장점만 쏙 빼놓은 산만한 영화였다. 그래도 액션씬을 제외한 전체적인 시네마토그래피와 색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3편의 떡밥을 왕창 던져 놓고 끝냈으니 다음 편도 무조건 나올 모양인데, 부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현수 기자  hyunsugo1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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