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글로벌스타] 키노라이츠 사이트에서 주선해준 시사회 이벤트를 통해 굿 매너스라는 브라질산 영화를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꽤 아쉬운 영화였다.

일단 영화의 초반 스토리는 신선했다. 가정부와 임산부인 집 주인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집 주인이 임신한 아이가 늑대 인간이라는걸 알게 된다. 그 후에 아이를 낳으면서 집 주인이 사망하게 되고 남겨진 아이를 가정부가 대신 키우게 된다는 주제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 초반 이목을 잡는데에는 큰 성공이었다. 아쉽게도 그 스토리가 좋은 방향으로 (그러니까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못했지만.

두 여자간의 사랑 관계가 설득력이 떨어졌다. 관객들이 '아 저 두사람은 좋아하는 사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전에  영화가 그냥 '이 둘은 좋아하는 사이가 된거니까 그런줄 아세요'라고 해버리는 것 같았다.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는 초반 주인공 여성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아 이 여자는 성적 옥구가 있는 여자구나'라는 생각을 관객들이 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 간의 사랑을 보여주면서도 서로 사랑에 빠질만한 이유를 별로 주지 않는다. 약간은 영화 전개를 위한 억지를 가미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좀 남았다. 영화의 거의 초반에서 중반 까지는 그 둘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두 여자가 나누었던 대화들을 로맨스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면 나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정부는 집 주인이 자신의 어깨와 입술에 피를 내가면서 까지 키스를 했는데도 수상함은 커녕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게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파트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는 그 둘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며 집 주인이 임신한 아이는 늑대 인간이다라는걸 암시한다. 그 과정도 사랑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조금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가정부가 보름달이 뜬 날 집 주인이 밖에 나가 야생 고양이를 뜯어먹는걸 보게 된다. 하지만 그걸 보고서도 주변에 알리기는 커녕 자신의 피까지 먹으라고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그 아이가 임산부의 배를 잔혹하게 찢고 나와 바닥을 기어가는 상황에서도 그 괴 생물체에게 권총을 당기긴 커녕 조심스럽게 끌어 안아 집에 데려가는 것도 참 의아스러웠다. 물론 중간에 버리고 갈까 고민하는 장면도 나오긴 했지만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 차마 그냥 가지 못해 아이를 다시 데려오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

그 흉측한 늑대 아이에게 가정부가 피까지 흘려 가면서 자신의 젖을 물려주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럴 정도의 모성애는 또 어디서 나온건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감정적으로 너무 억지를 가미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정부가 그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아무런 문제 없이 키울수 있었다는 것도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늑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고충 같은게 아니다. 현실에서 그런 잔혹한 사망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경찰 측이 관련 조사를 했을테고 그 과정에서 가정부와 임신한 아이의 행방은 당연히 문제가 됐을 테다. 물론 판타지 적인 내용이긴 했지만 그걸 현실 속 배경에서 풀어 냈기 때문에 집 주인 여자가 사망한 후에 그에 따르는 결과적 내용이 많이 부족했던 것도 상당히 아쉬웠다. 플롯의 편의성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기 마련이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이 가정부는 상식적으로 조금 이해하기 힘든 판단들을 한다. 영화는 집 주인이 사망하기 전에 사랑을 나누었던 가정부에게 많은 다이아몬드를 나누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아기가 아닌 그 흉물에게 젖까지 물려가며 키울 정도의 모성애가 있었다면 집 주인 여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힘든 시골이나 사람이 없는 한적한 동네에 가서 늑대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잘 키워서 야생으로 풀어주거나 하는 생각을 했을테다. 하지만 이 가정부는 그 직업을 얻기 전 간호사로 활동했던 뒷 배경이 있다, 그 때문에 늑대 인간이 되는게 병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기 대신에 채소류만 먹인다던가 보름달이 뜨면 아이를 방에 감금 시켜 놓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에서 보여준 엄마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가정부는 과연 저게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할 짓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늑대 인간 자체의 디자인과 CG는 처참했다. 늑대 인간이라고 하기 보다는 들쥐와 원숭이를 섞어놓은 듯한 혼종을 만들어 놓은지라 보면서 몰입하기가 참 힘들었다. 게다가 아역 배우들의 연기력도 많이 부족했다. 주연을 맡은 아역 배우도 포함해서. 다들 단순한 감정 연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연기 능력들을 보여줬는데 특히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는 연기까지 해야했던  주연 아역 배우는 연기 문제가 더욱 부각되면서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음악이 흘러 나오는 뮤지컬 시퀀스도 많이 있었는데 그것 마저도 큰 어필이 되진 못했다. 그런 뮤지컬 시퀀스를 넣으려면 상상이나 꿈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넘어가거나 '아 이 영화는 뮤지컬 요소를 사용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관객이 할 수 있도록 주변 배경을 조금 바꿔주는 등의 모습을 보여 줘야 현실과 뮤지컬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섞을 수 있다. <세 얼간이>나 <라라 랜드>가 현실과 뮤지컬을 얼마나 부드럽게 잘 넘나 들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현실 속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뜬금 없이 감정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들로만 뮤지컬 적인 분위기를 주려고 하다보니 한 단어로 표현해 '난데 없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러닝 타임이 2시간에 달하는 영화였던 만큼 페이스 조절을 잘 했어야 할텐데 힛보다는 미스가 더 많다보니 확실히 지루하기도 했다. 후반에 갈등이 클라이막스로 치솟을 때에도 아역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 덕에 몰입도는 상당히 낮았고 특히 그 엔딩은 정말 최악이었다. 감독이 '에라 모르겠다' 한게 느껴지는 황당한 결말이었다.

그래도 나쁜점만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초반에 관객에게 던져졌던 스토리의 윤곽은 확실히 신선했다. 시네마토그래피도 마음에 들었고 노래 선택도 가사와 영화 내용이 잘 섞이도록 고안을 한것도 눈에 띄었다. 특유의 공포적인 분위기를 잘 형성해서 확실히 초중반에서는 긴장감을 확실하게 잡았던 영화였다. 아쉽게도 아래층에서 사람이 들어와 위층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는 씬 구성이 너무 반복적으로 쓰여서 공포적인 요소가 조금은 뻔해졌다.

전체적으로 굿 매너스는 아쉬운 영화였다.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는지는 알겠다. 늑대 인간을 사회적 소수자들이나 약자들에 비유해 사회적 억압에 시달리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테다. 하지만 영화를 플랫폼으로 그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많은 문제가 달려오지 않았나 싶다.

평점 : 4/10

이현수 기자  hyunsugo1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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