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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의 세상을 향한 첫 걸음,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이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리뷰] 다코타 패닝 주연 <스탠바이, 웬디> / 5월 30일 개봉 예정

 

[루나글로벌스타] 봉오리를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는 이유는 피어날 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예능에서 스탠바이의 순간이 긴장되는 이유는 액션이라는 감독(혹은 담당 PD)의 신호 이후 펼쳐질 실전이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인생에도 봉오리의 순간, 스탠바이 상태로 액션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있다. 누구나 삶에 있어 큰 전환점을 앞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폐증 소녀 웬디는 감정교감능력이 부족한 스타트렉 덕후다. 그녀는 스타트렉 대본을 모두 외우고 있다. 웬디의 세계는 우주이며 커크와 스팍이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스타트렉의 새 시리즈 대본 응모를 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웬디는 직접 대본을 써 보기로 결심한다. 그렇다. 웬디에게 액션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헌데 휴일이 낀 관계로 우편 마감이 예정일을 넘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웬디. 그녀는 직접 스타트렉 응모 대본을 스튜디오에 전달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세상에 발을 내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웬디를 관찰한다. 이 시선이 따뜻해질 수 있는 이유는 웬디라는 캐릭터가 답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웬디는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사회적인 교감 능력이 부족할 뿐 자기 것을 챙겨먹을 줄 아는 아이다. 그래서 스스로 여행길에 나설 수 있다. 만약 웬디의 성격이 답답하고 보호를 필요로 했다면 관객들은 이 영화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좀 나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답답한 동정에 응답하기를 꺼려한다. 웬디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잡았기에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여기에 또 하나 플러스 요인은 강아지 피트다. 피트는 귀여운 외모는 물론 주인을 잘 따르는 순딩한 모습으로 볼거리를 더한다. 웬디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싱거워질 수 있었던 작품에 적절한 양념을 더해준다. 피트는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말이 많아 수다스럽거나 과한 유머로 거북함을 주지 않으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색깔에 포인트를 더한다. 참으로 좋은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작품만이 가진 무언가 스폐셜한 면은 없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따뜻하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다른 비슷한 작품들에서 가질 수 있는 느낌에서 멈춘다. 이는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비교적 가볍게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겁지 않은 방향을 택했기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굳이 웬디가 자폐증이 아니라고 해도 성립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특별함이 부족하다. 그래서 감정의 깊이가 깊게 파여지지 않는다. 나무를 심는 게 아닌 꽃을 심는다고 생각했기에 삽으로 판 깊이가 얕다.

 

하지만 영화라는 게 꼭 깊이를 가져야만 하는가. 스크린이 비추는 색깔로 길진 않은 시간이지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개봉했던 <레이디 버드>나 <원더>처럼 따뜻한 시선과 조연들의 적절한 코메디, 주인공 캐릭터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족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준모 기자  press@lunarglobal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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