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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우리 스타의 범죄 34화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진석의 머릿속에는 두 명의 매니저가 떠오른다. 한 명은 경우, 다른 한 명은 동기다. 경우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툭하면 입이 튀어나오고 들리게 씨발을 내뱉는 게 나 좀 짤라주쇼 라고 광고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배신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날 곱창볶음을 사줬건만. 배은망덕한 새끼. 동기 녀석도 마찬가지다. 동기는 말이 많은 녀석이었다. 매니저 치고는 너무 머리를 굴리는 게 티가 나는 놈이었다. 스타를 등에 업고 뭔가를 하려는 놈을 업계에서는 가장 싫어한다. 그가 동기를 데리고 있었던 건 말이 없어서였다. 동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과한 리액션이나 말을 자르는 일이 없었기에 진석은 동기를 좋아했다. 질문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고 말이다. 나름 아끼고 잘 대해줬다고 생각했건만 감히 이것들이! 그의 분노는 오르막길에서 종료된다. 그의 두뇌는 회로를 풀가동한 뒤 결론을 내린다. 오르다가 뒤에서 붙잡히는 것보다 차라리 정면으로 맞붙자고. 기회를 틈타 도망갈 확률도 있다고. 주인공이 이 타이밍에 죽는 작품은 절대 없다고.

 

*

 

-허, are you crazy? 뒤지게 쳐 맞아놓고 정신 못 차린 건가요? 이번에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boy?

-설마 주인공을 죽이겠어 하는 심정으로 싸워봐야겠지. 덤벼, 입술 두꺼운 호모 보이~

-쿡! 당신 정말 마음에 들어. 구차하지 않은 게 딱 내 스타일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일찍 천국을 향했거든. 당신은 특별히 더 좋아하니 지옥으로 보내줄게, 스타~!

 

몇 가지 예상이 있다. 첫 번째, 녀석은 무기를 들고 있다. 그 이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녀석이 방어할 수 있는 건 한쪽 팔 뿐이다. 두 번째, 힘의 우위에서 자만이 크다. 스스로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기에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세 번째, 증오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여성적인 척 연기를 한다. 한 꺼풀만 벗겨내면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는 소리다. 손에 쥔 모래를 녀석의 눈에 뿌린다. 당황한 사이 홍두깨를 쥔 손을 발로 찬다. 주먹이 얼굴을 가격한다. 녀석은 넘어지면서 발로 날 걷어찬다. 둘 다 흙바닥에 나뒹군다. 눈을 비비는 사이 달려들어 발로 얼굴을 가격한다. 한 끗 차로 매니저 놈의 팔이 공격을 막는다. 반대쪽 무릎으로의 가격도 막힌다. 놈은 팔로 내 허리를 감싼다.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내리친다. 허리를 압박하는 힘이 느껴지자 정신을 차린다. 이 녀석은 대충 상대해서는 안 된다. 정말 죽일 각오를 해야지. 손가락으로 눈을 파고든다. 팔의 힘이 더 강해진다. 흉부를 찌르는 압박보다 기다란 손톱이 눈꺼풀을 치우고 눈알을 누르는 게 더 빠르게 진행된다. 손이 풀린 사이 거리를 둔다. 녀석은 피를 닦아내고 달려든다. 있는 힘껏 내 팔을 움켜쥔다. 예상대로 박치기를 시도한다. 힘을 쫙 빼고 머리를 숙인다. 이마 앞쪽이 녀석의 입술을 강타한다. 이마가 얼얼하지만 녀석의 이빨은 흔들흔들 춤을 춘다.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소리친다.

 

-넌 좀 낫네. 네 형은 존나 약했거든. 남자 새끼가 비리비리해서 만날 쳐 맞고 눈물이나 흘렸단다. 그러니까 허무하게 죽지, 나약한 병신 새끼.

 

역겨운 중성 목소리는 사라졌다. 짐승 같은 포효를 지르며 달려든다. 운동 신경과 감각이 좋은 놈이라 평소 같았으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피에 젖은 눈을 닦고 정확하게 봤을 것이다. 내 발 뒤꿈치가 홍두깨에 가 있다는 걸. 재빨리 집어 들어 녀석을 내리친다. 눈이 좋게도 손으로 막았다. 뼈가 부러졌는지 바닥을 뒹군다.

 

-죽어, 이 개새끼야!

 

다시 달려들어 내리치려는 순간 행운의 화살은 바닥을 향했다. 제길, 하필이면 반대편에서 쏘다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홍두깨를 놓쳤다. 데굴데굴 구르더니 수풀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녀석은 상의를 탈의해 팔을 고정시킨다. 눈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입으로 닦으며 가드를 올린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극한의 긴장은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마저 삼켜버린다. 진석의 시선이 녀석의 왼쪽 다리를 향한다. 미묘하게 떨리고 있다. 그는 입 안쪽을 깨문다. 잘근잘근 씹어 피를 머금는다. 먼저 발을 떼는 순간 동수가 달려든다. 마치 분수처럼 피를 내뱉는다. 시야가 가려진 사이 한 번의 헛주먹질을 피한 그는 체중을 실어 허벅지를 내리찍는다.

 

김준모 기자  press@lunarglobal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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