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글로벌스타 유현수]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은 현재 힙합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힙합’은 메딕 없던 시절의 테란 수준의 암흑기를 지냈었다. 그나마 불모지 장르에 같이 속해있던 ‘록(Rock)'은 밴드부가 여기저기 동아리로 포진되어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랩으로는 날개를 펼치기가 매우 힘들었다.

 대중들이 힙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였다. 시작부터 이런저런 말이 나오면서 상당히 삐걱거렸지만 결과적으로는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기세를 몰아 여성 래퍼들만으로 이루어진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Unpretty Rapstar)', 고등학생으로만 이루어진 서바이벌 ’고등래퍼‘ 등이 호황을 누렸다. 대중들로부터 힙합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하위문화로의 파급력은 상당히 적었다. 대중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그것만으로 힙합의 세계관이 변경 되지는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힙합의 성공이지만, 막상 하위 항목의 힙합은 여전히 관심을 받지 못 한다. 낙수효과의 실패인 셈이다.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그 중 한 가지 예가, 아이돌 걸스힙합의 계속되는 실패다. 랩은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그릇된 사상도 없어졌고, 아이돌 그룹의 래퍼는 랩을 못 한다는 왜곡된 가치관도 어느 정도 깨졌다. 하지만 힙합을 콘셉트로 하는 걸그룹은 여전히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걸스힙합을 내세웠던 걸그룹 ’디아크(The Ark)', '디유닛(D-Unit)', 지피베이직(GP Basic)', ‘립서비스(Lip Service)' 모두 거의 전멸 상태다. 그나마 아직 활동 중인 ’와썹(Wa$$up)' 조차도 멤버 ‘나다’를 포함한 일부 멤버의 탈퇴 후 상당히 위태롭다.

 그나마 성공을 거둔 힙합 걸그룹 ‘투애니원(2NE1)' 마저도 해체를 했다(물론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힙합이 아니라고도 충분히 말 할 수 있다). 심지어 데뷔 당시 힙합을 보여준 ’소나무‘는 콘셉트 변경 후 ’넘나 좋은 것‘으로 이름을 날린 것을 보면, 분명 걸스힙합에 마魔가 끼어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힙합 보이그룹은 반응이 좋다. ‘비에이피(B.A.P)’, ‘몬스타엑스(Monsta X)’, ‘방탄소년단(BTS)’ 등만 봐도 그렇다. 언프리티 랩스타로 여성 솔로 래퍼가 여성 래퍼 자체의 지위를 어느 정도 높였지만, 힙합 걸그룹에까지 영향력은 끼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옥상 위의 민들레처럼 힙합 걸그룹은 계속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101으로 이름을 알렸던 멤버가 걸스힙합 콘셉트의 ‘불독(Bulldok)’으로 데뷔를 했고, 이번에 다룰 ‘여자여자(GirlsGirls)’라는 걸그룹도 힙합을 여러모로 차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여자여자라는 이름. 꽤나 여성미를 과시하는 듯 보이지만 꽤나 터프한 그녀들의 모습이 우리들의 시선을 강제로 제압한다. 앞서 언급한 ‘불독’은 보이그룹 이름 같은데 걸그룹이어서 놀라고, 여자여자는 콘셉트가 여성스러울 것 같은데 상당히 걸크러쉬여서 놀란다.

 이 상반되는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었는지 데뷔 앨범명부터가 ‘Strong Girls’다. 실제로 수록된 2곡 모두 꽤나 기가 센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들 오오라의 기골이 장대하여 그 크기는 한 자리 단위의 척으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다.

 이 기세를 이어나가 힙합이라는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랩 포지션을 2명을 배치하였다. 멤버 5명에(현재는 4명) 래퍼 2명. 꽤나 안정적인 황금비율의 구도다. 다른 힙합 걸그룹도 모두 4~6명의 멤버 중 2명이 랩 포지션을 맡고 있다. 심지어 힙합 보이그룹도 똑같다. 솔직히 이 쯤 되면 과학이다.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여자여자는 2015년 12월 8일 ‘DEAL’로 데뷔를 한다. 그녀들이 스스로 달고 나온 [퍼포먼스 일체형 걸그룹]. 이 칭호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녀들과 퍼포먼스는 이미 물아일체가 되었다.

 그녀들의 데뷔곡 DEAL에서는 어떻게든 딜교환을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특히나 후크에서의 안무가 최고 절정 단계다. 어찌나 어깨와 허리를 튕기는지, 술게임을 하지도 않았는데 “탈골! 탈골! 탈골탈골탈골!” 될 것만 같다.

 또한 전체적인 안무의 강도가 상당한 편이다. 동선 이동과 멤버 개개인의 동작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아주 단편적인 의미에서 춤이 파워풀하다. 여자가 이런 안무를 소화해내니 그 걸크러쉬는 극을 향해 달려간다.

 일렉트로닉 비트에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안무. 황홀경에 말을 잃지 않음이 없어진다. 최자와 개코는 없지만 꽤나 다이나믹하다. 정면을 바라보며 쩍벌을 하는 안무로 하여금 공격뿐 아니라 도발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핫팬츠가 해당 무대 의상이어도 이 안무에 변화가 없는 과감함도 보인다.

 물론 DEAL은 노래 구성에 흠을 조금 보이고는 있다. 뜬금없는 완급 조절로 인해 노래의 이음새에 바람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안무가 커버하고 있다. 사람이 안무를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안무가 노래를 다른 의미로 커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DEAL이 수록된 앨범의 다른 곡 ‘여자여자’도 있다. 여자여자가 부른 여자여자. 그러니까 이를 검색하자면 문장이 [여자여자 여자여자]가 되는 것이다. 단어가 너무 중복되어 축약형으로써 [여자⁴]로 표기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아니면 [여자x4]라도.

 아무튼 서브 타이틀곡 ‘여자여자’는 여전히 안무의 강도가 높다. 다만 DEAL이 걸크러쉬라면 여자여자는 섹시미를 조금 보탰다. 때문에 움직임의 큰 정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DEAL과는 달리 여자여자에서는 하이힐을 신는다는 점에서 정상참작 해줘야한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동작이 확실히 크다. 움직임의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힐을 신고도 저렇게 춤을 출 수 있구나 싶다. ‘브레이브걸스 - 하이힐’처럼 힐을 신고 이런 동작을 하는 걸그룹들에게 문득 경외심을 표하게 된다.

 이후 2016년 10월 11일에는 ‘쥬시 시크릿(Juicy Secret)’으로 컴백을 한다. 안무는 역시 퍼포먼스 일체형 그룹답게 여전하다. 아니, 이전에 발매했던 ‘여자여자’ 노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노래 자체로는 의외로 힙합의 트랩(Trap) 장르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하이힐을 신고서 깡총 뛰는 안무가 추가 되었고, 안무의 급전환 후 허리를 튕기는 등 난이도가 더욱 상향되었다. 저렇게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데 힐을 신고 균형이 잘 잡히는 것이 꽤나 신기하다.

 다만 쥬시 시크릿은 안무에만 눈을 둘 수가 없다. 멤버 모두가 곡의 콘셉트를 위해 머리를 단발로 자르는 희대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멤버 ‘규랑’의 탈퇴 후, 장발 2명에 단발 2명이 있었던 여자여자. 이제는 멤버 4명 모두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크롬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4인조 걸그룹 ‘단발머리(Bob Girls)’ 이후로 오랜만이지 않은가. 멤버 모두가 단발머리인 걸그룹. 확실히 멤버 모두 장발인 걸그룹은 많아도 멤버 모두 단발머리인 걸그룹은 찾기 힘들다.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거기다가 걸스힙합 진흥을 위함인지, 솔로 활동에도 손을 댄 여자여자였다. 그 타자는 바로 래퍼 ‘미소’. 그녀는 2017년 4월 10일 ‘낄끼빠빠(KKPP)’로 솔로 데뷔를 한다. 여전히 강력한 안무는 필수요소다.

 별로 인지도가 없는 걸그룹에서, 방송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지 않은 채 래퍼 솔로 데뷔를 하는 것은 의외로 흔한 일이다. 보통은 반응을 더 얻기 위해 혹은 유명세를 이어가기 위해 방송에서 얼굴을 비친 후 솔로곡을 낸다.

 ‘A.O.A’의 ‘지민’도 그렇고, ‘피에스타(Fiestar)’의 ‘예지’도 그렇고, ‘와썹(Wa$$up)’의 전 멤버였던 ‘나다’도 그렇다. 이들이 솔로곡을 낸 타이밍은 인지도를 알리는 데에 이바지했던 방송이 끝난 후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5인조 걸그룹 ‘퀸비즈(Queen B'Z)’에서는 래퍼 ‘노라본(Nora-Born)’이 2015년 12월 16일 솔로곡 ‘개이득’을 발매했고, 지금은 해체한 3인조 걸그룹 ‘타이니지(Tiny-G)’에서도 래퍼 ‘민트’가 2016년 4월 14일 솔로곡 ‘얼레리 꼴레리’를 발매했다.

 2015년 노라본, 2016년 민트. 그리고 2017년에는 미소. 1년에 무명 걸그룹 래퍼의 솔로곡 한 곡 씩. 시기적으로도 마이너 걸그룹에서 2017년의 솔로곡 하나가 나올 타이밍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8년에는 과연 누가 나올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다른 무명 걸그룹 래퍼의 솔로 데뷔는 언제나 환영이다. 걸스힙합이 피사의 사탑처럼 계속 기울어지고는 있어도, 무너지지 않음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들 숨어있지 말고 드루와 드루와.

(사진 출처 = H Brothers 엔터테인먼트)

 여자여자. 이름과는 다르게 상당히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걸그룹이다. 오죽하면 한 음악 방송에서는 여자여자의 DEAL 무대가 끝난 후 MC가 “네, 여자여자라는 이름과는 달리 상당히 남자남자한 무대였습니다.” 라는 코멘트를 했을까.

 그만큼 이미지의 혁명 그 자체다. 표리부동(表裏不同)과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모습 덕분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그룹이기 때문이다.

 ‘B급 코드’와 함께 걸그룹 콘셉트 피라미드 구조의 아래층을 탄탄하게 지지해주는 걸스힙합. 그 위태로운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다. 이렇게 힙합 걸그룹이라는 인화물질이 계속 공급되는 한,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여자여자가 새 앨범으로 컴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이번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상당히 기대가 된다. 비단 퍼포먼스 때문에 기다려지는 것 뿐 아니라, 힙합을 표방하는 몇 안 되는 걸그룹이기에 더욱 그렇다.

유현수  waldeinsamke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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